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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리보기]《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 #5. 형광 물고기를 찾아서



체리색과 라임색, 귤색을 띤 원색의 물고기. 녀석들은 제브라피시로, 본래 검고 흰 줄무늬로 온몸이 뒤덮여 있다. 하지만 이 수조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은 다른 무언가가 뒤섞여 들어간 녀석들이다. 스타파이어레드는 말미잘의 DNA를, 일렉트릭그린과 선버스트오렌지, 코스믹블루, 갈락틱퍼플은 산호의 DNA를 모두 소량씩 포함하고 있다. 말미잘과 산호에게서 빌려온 유전자들이 제브라피시를 형광빛이 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에 어둠이나 파란 불빛 아래에서 이 물고기들은 빛이 난다. 이들이 바로 미국이 만든 첫 유전공학 애완동물, 글로피시다.





선택적 교배를 통해 우리 인간이 많은 종들을 집적댔지만, 글로피시는 특히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린 생명체이다. 우리가 직접 동물 친구들의 생물학적 암호를 조작할 수 있게 된 시대 말이다. 새로운 분자 기술은 게임을 바꾸었다. 그 전에는 세대에 걸쳐야 했던 것이 이제는 더 빨리 종을 변형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체 동물을 걱정하는 대신 하나의 유전자를 건드림으로써 이전에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생명체를 창조해 낸다. 다양한 종들에서 추출한 DNA를 뒤섞고 결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매시업을 탄생시킨다.


오랫동안 인간은 우리의 요구 사양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반려 생명체를 원해 왔다. 결국 과학이 그 정확성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과학자들은 동물 왕국을 누비며 DNA를 이리저리 옮기기 시작했다. 기고 걷고 헤엄치는 모든 종류들에서 유전자들이 교환되었다. 실험에 착수한 연구자들은 마음속에 다양한 목표를 품었다. 처음에는 단지 유전자 교환이 가능한지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 작은 DNA 조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움직임이 기초 연구에 엄청난 잠재성을 가져다줄 것은 물론이었다. 한 동물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다른 동물로 옮기는 작업은 유전자가 어떻게 기능하고, 발달이나 질병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배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업적 응용 가능성이 있었다. 희망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생명체 또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형질을 발현하는 창조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유전학자들은 그 길을 따라서 간단한 속임수들을 개발했다. 거기에는 빛을 내는 동물을 제작하는 방법도 포함되었다. 어느 순간 해파리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투명 잉크가 되었다. 그리고는 어두운 바다에서 떠도는 형광 녹색의 구체가 되었다. 이 빛의 비밀은 녹색 형광 단백질(GFP)이라 불리는 화합물에 있었다. 수정해파리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이 화합물은 녹색 광선을 흡수해서는 키위색의 빛으로 방출했다. 청색 광선을 해파리에 비추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둘러싼 조명처럼, 그 종 모양 몸통을 따라 초록색 점들의 고리가 갑자기 생겨나는 걸 볼 수 있다.


글로피시를 판매하는 회사의 공동 창업주인 리처드 크로켓은 생물학 수업에서 GFP에 대해 배웠던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뇌세포가 GFP와 적색 형광 단백질의 유전자로 인해 초록색과 붉은색으로 반짝이는 이미지에 사로잡혔다. 의예과 학생이었던 크로켓은 또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1998년 스물한 살의 나이에 그와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인 앨런 블레이크는 온라인 교육 회사를 설립했다.


2000년에 이르러 그들의 회사는 닷컴 붕괴의 피해자가 되었고 두 청년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크로켓은 발광하는 뇌세포를 다시 떠올렸고 블레이크에게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만일 형광 유전자의 아름다움을 대중들에게 꺼내 보여 주면 어떨까? 빛이 나는 유전자 변형 물고기를 통해.


두 청년은 요크타운 테크놀로지를 설립했고, 텍사스 오스틴에 가게를 열었다. 지유안공의 실험실로부터 물고기를 얻어 양식하는 권리를 따냈고 상업 물고기 농장 두 곳을 고용해 이 애완동물을 번식시켰다. 이 반짝이는 물고기들에게는 글로피시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엄밀히 말하면 어둠 속에서 빛을 내지는 않지만 적어도 아이들 침실 벽에 붙어 있는 태양계 스티커들과는 달랐다.


어둠 속에서 빛이 나는 대개의 장난감들은 인광으로 알려진 과학적 속성을 이용했다. 빛을 흡수해서는 저장해 두었다가 천천히 발산하기 때문에 모든 광원을 제거한 후에도 희미하게 빛이 나는 것이다. 반면에 글로피시는 형광, 즉 주변 환경으로부터 빛을 흡수하여 곧바로 다시 밖으로 내보낸다. 물고기들은 어둠 속에서도 푸른빛이나 불가시광선을 쬐면 빛을 발하며, 빛을 저장해 두지는 않는 탓에 인공 광원을 제거하는 즉시 빛은 사라진다.





일단 시장에서 히트를 치자 생명공학 기술을 둘러싼 추상적인 논쟁이 아닌 대중들의 요구가 글로피시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었다. 고객들은 그저 물고기를 좋아했다. 대개의 미국인들이 실험실에서 자란 반려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여론 조사에 비추어 보면 글로피시의 성공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글로피시가 우리의 마음에 변화를 가져올까? 어쩌면 괴물을 예상하고 애완동물 가게에 들어갔다가 전혀 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불빛 아래에서는 멋지기까지 한 글로피시를 발견하고는 생각을 고쳐먹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명공학 기술과 개인적이면서도 친밀한 접촉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 연재는 5화로 종료됩니다. 책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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