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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

극한의 별, 극한의 자연과학 편집자

 

 

시작은 특별할 것 없는 글 한 줄이었습니다. 만화, 매력있는 분야죠. 아마도 런닝맨 님께 만화를 추천 받는 기회가 있을 거예요-!”

 

마침 다음 주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접한 희소식이었습니다. 적당한 만화를 추천해서 다른 사람은 제가 좋아하는 만화를 어떻게 읽었는지 들어보고 싶었던 거죠. 게다가 J 님은 자연과학 편집자잖아요. 저라면 도저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해석을 보여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공상과학대전처럼 말이에요. 

 

 

만화 영화 속 장면들이 실제로도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과학적으로 풀어본 무시무시한 만화입니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마징가 제트는 몸집에 비해 발이 아주 작기 때문에 바람만 불어도 넘어진다’, ‘정의의 로봇들은 순식간에 대도시 하루치의 전기를 써버리므로 악당보다 유해한 존재다와 같은 기발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어렸을 때 꿈이 우주비행사였다는 J 께 추천한 만화는 극한의 별이었습니다. 극한의 별은 화성 탐사에 도전하는 인류를 그린 SF 만화입니다. 20XX년, 미국의 유인 탐사선 스카이파렐리 2호는 화성 착륙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착륙 직후 탐사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인 테세락에 의해 파괴되고, 탐사선의 선장 잭 스튜어트만이 살아남은 채 지구와 연락이 두절됩니다. 인류는 우주비행사들이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세계 각국에서 비행사를 선발하여 구조대를 파견하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학력도 신체 능력도 뛰어나지 않지만 배짱만은 두둑한 도쿄, 영리하고 임기응변에 뛰어난 치쿠첸, 생명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치하라 등의 지원자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도전합니다.

 

J 님은 극한의 별을 어떻게 읽었을까요? 만화의 배경 설명이나 과학적 분석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옵니다. “자기 중심이 있고 원칙이 있는 도쿄 같은 사람이 멋있는 것 같아요. 치쿠첸은 너무 대처를 잘해서 좀 뺀질이 같네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직업 탓일까요? 캐릭터에서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로 흘러가네요. “반짝반짝한 치쿠첸은 기획자, 뚝심이 있는 도쿄는 편집자 스타일이 아닐까요?” “아니요, 치쿠첸은 기획자보다 마케터가 어울려요. 무슨 물건이든 잘 팔 테니. 도쿄 같은 꽉 막힌 사람은 편집자를 하면 안 되죠.” “그렇게 따지면 치쿠첸은 아예 출판계가 안 어울리는 듯...

 

 

얼굴만 봐도 누가 도쿄인지, 누가 치쿠첸인지 아시겠죠? 

 

 

산으로 가던 이야기는 J 님 덕분에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화성에 고립된 스튜어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우주에 나가서 버려진다는 것은 정말 공포스러운 일입니다. 밀폐된, 그것도 밖에는 공기가 없는 곳에 갇히는 공포. 그건 우주탐험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가지는 환상을 훌쩍 넘어서는 절대적인 절망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비행사 인터뷰를 엮은 책 우주로부터의 귀환에서도 우주의 환상과 낭만과 아름다움만이 아닌, 그들이 준비해야 하고 겪어야 하는 냉정한 현실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안전을 철저히 신경 써야 하고, 귀환 후에 정신 이상을 겪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고 보니 극한의 별에서도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주인공들의 준비 과정은 정말 험난하더라고요.

 

J 님은 요새 우주를 낳은 위대한 질문들을 마감하는 중이라서 극한의 별》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고 합니다. (마감하다 딴 책 읽기?) 우리는 밤하늘을 보며 별에 집중하지만 별이 없는 곳에도 우리가 탐구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하네요. “까맣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라는 것이 있어요.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가 뭐냐고 묻지는 마세요. 우주를 낳은 위대한 질문들에 답이 있습니다. ㅋㅋ” 그 외에도 극한의 별》의 테세락과 암흑 에너지의 차이, 블랙홀, 양자역학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_-;) 우주를 낳은 위대한 질문들이 출간되면 꼭 빌려서사서 보리라 다짐하며 인자한 만남을 서둘러 마무리했습니다.

 

- 런닝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