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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기억하고 싶은 책/휴머니스트 책Book

[휴머니스트랑 한국 현대미술 지도 그리기] 등고선 하나. 박생광, 그리고 천경자.

휴머니스트랑 한국 현대미술 지도 그리기! 등고선 하나. 박생광, 그리고 천경자.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1. '박생광 : 색채와 도상이 지닌 주술성과 영성'


'이미지와 형태, 그리고 색채는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욕구를 표출하는 가운데 형성되었다.'


박생광(1904~1985)은 한국의 전통 회화나 건축에서 색채, 도상을 빌려 쓰는 한편, 한국인의 신앙, 특히 샤머니즘적 세계관을 환생시키고자 한 작가였다. 그는 무당의 형상과 부적 등을 비롯해 무속적인 이미지를 강렬한 색채로 시각화했으며, 지난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죽음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림을 거대하게 그렸다.
-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29쪽

박생광 <무속 15> _종이에 채색 _1985년


영성적인 색채와 이미지의 주술성은 천경자의 경우 개인적인 신화 차원에서 기능한다. 그녀의 채색화는 한국인의 한과 애환, 숙명적인 슬픔을 담보로 하고 판소리의 애절한 구음에 바탕을 둔다. 또한 자전적인 동시에 한국인의 보편적인 문화와 정서를 대변한다.
- 영기를 지닌 이미지들 _<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56쪽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_종이에 채색 _1977



샤머니즘의 색채, 이미지, 무당, 불교의 탱화, 절간의 단청, 이 모든 것들이 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그야말로 '그대로' 나의 종교인 것 같다. - <박생광 탄생 100주년 기념 자료집>


사실 작가란 무당 같은 존재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이미지를 통해 상처와 한을 치유한다. 박생광이 그린 무당이나 역사적 인물은 모두 초혼의 성격을 지닌다. 뱀과 꽃이 어우러진 여자의 초상을 그린 천경자의 경우도 그렇다. 그녀는 분명 샤먼이다. 한을 품고 죽은 이들은 무당이 펼치는 굿을 통해 비로소 한을 풀고 저세상으로 가 조상이라는 신이 된다. - 33쪽


박생광은 그림을 통해 죽은 원귀의 한을 풀어주고자 했다. 그의 그림은 치유의 성격을 지닌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예술활동 역시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의 하나다.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힘을 빌려 다시 지상의 삶과 육체를 구원하기를 비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은 마술이고 주술이다. - 34쪽


인간의 내면에 깃든 잠재된 세계, 동시에 우주 전체가 함께 호흡하는 세계를 드러내고 그 세계와 교감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