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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네 번째 이야기: 휴머니스트 연말 정산

 

 

아이 적에 맞이했던 새해는 마냥 설렜습니다. 한 살을 더 먹는 것도, 한 학년이 올라가는 것도 기뻤고, 친지들이 복작복작 함께 했던 시간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친척 어르신들이 모인 날에 대한 좋은 기억이 넉넉한 음식과 세뱃돈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겠지요.

(사료+종소리⟹침, 사료+종소리⟹침, 사료+종소리⟹침, 종소리⟹침, 종소리⟹침)


새해를 맞이하는 불혹의 심경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성취 없이 늘어가는 나이테에 시선이 자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거든요. 늘어가는 나잇살도 우울하게 느껴지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매년 새해가 찾아올 때면 선물을 눈앞에 둔 설렘이 남아 있답니다. 지난 한 해 후회되는 일들 털어버리고, 심기일전 다시 마음먹고 새 출발할 수 있겠다는 이 기분은…… 이데올로기? 아님, 리셋 증후군의 클래식 버전?

새해가 선사하는 들뜬 희망의 정체가 무엇이든, 우리는 매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지난해를 평가하고 새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연말 정산!

 

휴머니스트는 지난 주 송년회의 메인이벤트로 2012년을 마감하는 특별한 연말 정산을 마련하였습니다. "휴머니스트 어워드"라는 우리만의 연말 정산에서는 영수증이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투표가 근거가 됩니다. 돈이 남는 것이 아니라 명예가 남……기는…하는 건지…참.


어쨌든, 2012년 휴머니스트를 빛낸 그들과 상장에 적힌 수상 이유를 알아봅니다.


올해의 대상은 로그지기님이 수상하였습니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이 조직(휴머니스트)에서 소통하기에 힘쓴 바"가 인정되었는데, 특히 "체중증가와 다크서클"이 '힘쓴 바'의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로그지기님은 특별히 의자놀이 관련한 굵직한 이벤트들을 이끌며 2012년 흥행사의 기질을 보여 주었습니다. 로그지기님 내년에는 그의 절친 체중증가, 다크서클과 이별할 수 있을까요? 왠지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휴머니스트 전원의 투표를 통해 시상하는 어워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대상에 버금가는 가치를 갖는 인기상 부문.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휴머니스트 최고 연장자 마구할멈님이 수상하였습니다. 이 분은 한 해 동안, "타고난 귀여움으로 휴머니스트의 사랑을 독차지"하였습니다. "마구할멈"이라는 닉네임과 "타고난 귀여움" 이라는 수식어 사이에서 이 분 외모의 수준을 짐작하기 어려우시겠지만, 두 단어 안에 답이 있습니다. '귀여운 마귀할멈'을 연상하시면 되겠습니다. 휘리릭=3

마귀할멈님이 휴머니스트들과 나누는 뜨거운 우정을 보자면, 은퇴가 예상되는 20년 후까지  연속 수상도 노려볼만합니다. 휴머니스트의 진정한 아이돌 마귀할멈님, 인기도 인기지만 내년에는 관절염 완치하시고 회춘하세요!


베스트 스마일상은 L부장님이 수상하였습니다. "우히히히히히↗ 한 방정맞은 웃음소리와 실눈 미소로 휴머니스트를 즐겁게 하였"다는 것이 수상 이유인데, 사실 우히히히히히↗한 방정맞은 웃음소리 때문에 업무에 큰 방해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고 가능하면 실눈 미소와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물론 기타 의견일 뿐이지만~. 투표제도의 한계랄까요? 어쨌든 최대 득표! 휴머니스트 어워드 집행부는 이 기회에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를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3년에는 경망함을 10% 덜고, 중후함을 10% 더한 멋진 웃음을 기대해 봅니다.^^


베스트 민폐상에는 휴머니스트의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는 구군님이 선정되었습니다. 구군님이 휴머니스트들에게 주는 스트레스의 양은 골고루 평등했지만, 스트레스의 내용은 성별 구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남성들은 외모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한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고, 여성들은 구군님의 외모 때문에 "업무"에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구군님에게 본인의 원만한 회사 생활과 직장 동료들의 편안한 업무 환경을 위해 새해맞이 성형을 고려해 볼 것을 강력하게 권유하는 바입니다.  

      

의외의 수상자로는 베스트 패셔니스타상을 받은 중년 남성, M팀장님. 별똥별 같은 여성 패션 리더들을 넉넉한 점수차로 따돌리며 본익의 유니크한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 주었습니다.

"타이트한 영 패션"이 M팀장님의 공식적인 수상 이유였지만, 강력한 임팩트 한 방은 따로 있었습니다. 휴머니스트 모두는 잊지 못합니다. 그의 몸을 가까스로 감싸고 있던 레이스브라우스를! 

2013년 더 과감한 패션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남동 전역에 떨치길 기대해 봅니다.


가장 실속 있는 상은 휴먼 부실상이었는데, 치열한 경쟁의 와중에 디자이너 L님이 수상하였습니다. "부실한 신체와 기다란 팔다리로 몸이 부서질 듯 꾸준히 열근, 휴머니스트 모두의 아낌과 보호를 받아 마땅하기에"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휴먼 부실상 상장은 업무 진행 상황에서 L님을 피곤하게 할 경우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경고 카드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만한 부상이 없지요. 2013년 부상 없이 완주하길 기원합니다!


휴머니스트의 어르신들께도 수상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타고난 부와 축적된 재산을 바탕으로" 밥을 열심히 사주신 대표님께 "밥상"이 수여되었고, "튼튼한 간과 위장"을 기반으로 "휴머니스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진한 정을 나눈" 부사장님이 "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진한 정을 나누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튼튼한 간과 위장"은 영구적인 기관이 아니랍니다. 이 상을 받아야 할 부사장님은 지난 기간 알콜 친화적으로 진화한 간과 위장에 점점 자신감을 잃다가, 급기야 장기 휴식의 필요를 절감하였습니다. 미루어 두었던 10주년 기념 휴가 카드를 꺼내 들고 3개월간의 휴가를 떠났습니다. 산티아고 어디쯤을 거닐고 있을 부사장님께 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할 텐데….

냉정하게 문자도 씹고…칫! 그러면서 페이스북 사진 올리는 건 뭘까요? 흥!

어쨌든 부사장님, 먼 곳으로 떠난 쉽지 않은 여정, 무사히 건강히 돌아오세요!


독자님들께서도 연말 정산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넙죽! ^_^

 

 

초식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