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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마감에는 커피





마감에는 커피

 

마감하면 떠오르는 건 커피. 한때 커피는 어른들만 마시는 전유물이었다. 머리 나빠진다고 어른들 커피 마실 때, 옆에서 ‘프리마’에 설탕 타서 옹알이하는 아기마냥 ‘단 우유’랍시고 맛있게 먹던 초등학교 때를 지나 시험공부할 때 봉지에 든 믹스커피를 엄마 잔소리를 피해 홀짝이며 혼자 멋쩍은 낭만을 찾던 때나, 군대에서 야간근무할 때 따뜻하게 한잔 홀짝이던 달달한 ‘맥심’말고, 원두를 직접 볶아 가루를 내어 물을 부어 내려먹는 이른바 ‘핸드드립 커피’ 맛을 알게 된 건, 본격적으로 책을 만들던 때부터다.

 

결혼하고 편집자생활을 하다 보니 대책없이 불어나는 몸무게를 견제한답시고, 설탕과 프림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를 찾다가 그놈의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게 되었다. 한때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어쨌든 이 커피를 입에 달고 나서는 밥 먹고 꼭 한잔(아메리카노나 핸드드립커피) 마시지 않으면 입안이 간질간질하여 도무지 일할 맛이 안 나는 ‘된장아저씨’가 되고 만 것이다. 전 회사에서는 항상 밥 먹고 가위바위보를 하여 한 사람이 커피를 몰아서 사는 관습(?)이 있었는데, 대체로 행복했지만 가끔 몰빵당하면 진정한 커피맛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카페에서 자주 먹는 아메리카노와는 좀 다르게 커피콩에 따라, 볶은 정도에 따라 맛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피에 대한 책을 찾게 되었다.

 

커피에도 ‘正道’가 있다는 걸 알려준 책은 <커피마스터클래스>라는 책. 이 책은 특히 핸드드립 커피를 어떻게 내려마셔야 하는가에 대해서 강박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정도’를 고집하는 책이다. 심지어 커피를 내리는 주전자를 어떤 각도로 들어야 하는지까지 나와 있다. 읽다보면 커피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뀐다. 철저하게 실용적인 책인데 읽고 나면 커피전문점 바로 창업할 기세다.

 

한국에 처음으로 요즘 유행하는 커피의 원두를 들여온 건,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많은 카페들이 테라로사에서 커피원두를 공급받는다고 한다. 이 테라로사에서 커피원두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이윤선 전 MBC 피디의 <테라로사 커피로드>는 커피의 산지에 대한 실감나는 이야기를 잔뜩 담고 있어 커피콩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전세계의 커피산지에 직접 가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산지별로 커피가 어떻게 다른지 커피나무 재배에서부터 원두로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어 무척 재미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인도네시아의 ‘만델린’ 커피의 흙맛은 산지에서 커피를 말릴 때 과정에서 비가 많이 와 진흙탕에 커피가 섞이기 때문이란다. 한마디로 관리소홀이라는 얘기. 부언하자면 가격대비 가장 질 좋은 커피는 ‘이르가체프(예가체프)’란다. 비슷한 컨셉의 <커피기행>이라는 책도 볼 만하다.

 

커피의 역사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지금은 없어진 우물이있는집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커피의 역사>를 읽어보면 좋겠다. 물론 커피무역에 있어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점이나, 전세계 역사에서 ‘기호식품’ 때문에 피비린내나는 살육과 전쟁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고 싶은 분은 커피를 안 드시면 된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