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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색다른 발리 이야기 - 우붓에서 생긴 일

 

주말에 비가 내리더니 가을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니, 이제 완연한 가을인가요? 가끔 너무 추워서 초겨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아무튼, 이런 날씨에 여름휴가 이야기를
 꺼내자니 참 뻘쭘하지만, 여러분도 아직 휴가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실 듯하여 살짝 올려봅니다~^^

 

이번 휴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하게는 발리의 ‘우붓(UBUD)’이란 지역입니다. 발리는 소지섭과 조인성, 하지원이 열연한 <발리에서 생긴일>에 폭 빠져본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미 다녀오셨거나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일 겁니다.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한 곳이지요.발리에 혼자 가겠다고 했을 때의 주변의 격한 반응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다들 신혼여행으로 가는 곳을 왜 굳이 혼자 가냐는 거죠. 누군들 혼자 가고 싶어서 그럴까요~? 혼자 다니는 여행을 선호하긴 하지만, 발리 같은 곳에는 저도 신혼여행으로 가고 싶답니다. ㅋ 발리는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하지만, 푸른 바다와 뜨거운 태양, 서핑 같은 해양스포츠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덴파사르 공항은 항상 서핑보드를 짊어진 젊은이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리 활동적이지 않기 때문에(;;) 조용하고 따뜻하게 푹 쉴 수 있는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우붓을 선택했습니다!  

 


 

 

‘우붓’이 어디냐고요? 발리 섬 내륙에 위치하고 있구요, 울창한 정글 속 그 유명한 아융강이 흐르는 곳입니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막바지 여행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곳이기도 하지요.^^ 줄리아가 논밭이 펼쳐진 길과 정글 같은 공원을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거나, 사람이 우글거리는 시장통을 걷는다거나, 점술가 할아버지와 인생 상담을 하는 장면, 그리고 주인공들이 사는 발리풍의 멋진 집까지 모두 우붓의 풍경입니다.

 


          

 


보통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은 발리 여행 중 당일치기로 우붓을 들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꼬박 5일을 우붓에만 있었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는데, 어떻게 당일치기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가이드북에 제시된 관광지만 해도 하루에 다 돌아보기는 힘든데 말이죠.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는 말이죠.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종교입니다. 인도네시아인의 87%가 이슬람교도라고 하는데요, 발리의 경우 약 90%가 힌두교를 믿는다고 합니다. 종교의 영향은 화려한 조각으로 가득한 왕궁과 사원 등의 건출물뿐 아니라, 현지인들의 소소한 일상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아침저녁으로 향을 피우고 제물과 꽃을 얹은 접시를 신께 올리며 기도하는 발리인들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힌두교 축제나 마을 단위로 진행하는 장례식이 열릴 때에는 작은 마을이 관광객들로 가득 차기도 한답니다. 옛날부터 내려온 종교의식이나 축제에서 마을사람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는데, 이것이 현대적인 공연방식과 결합되어 지금은 우붓 곳곳에 레공댄스, 바롱댄스, 케짝댄스 등의 공연이 열립니다. 대부분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의 이야기를 다루지요. 재미난 것은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무용이나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란 겁니다. 택시 기사에게 아저씨도 춤을 출 수 있느냐 물었더니, 너무도 당연하고 자신있게 “난 두 살 때부터 춤을 췄어요!”라고 말하더군요. 낮에는 일상생활을 하다 저녁에는 음악가, 무용가로 변신하는 우붓 사람들, 정말 멋졌습니다~

 

 

      ⓒ최여사

ⓒNEKA Museum


 

종교 외에도 우붓은 ‘예술인의 마을’로 유명합니다. 19세기 후반부터 발리 남부 영주의 지원으로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발리에서 유명한 미술가들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우붓의 길거리 어느 곳을 걷더라도 항상 갤러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한 작은 마을에 규모 있는 미술관이 네 곳이나 됩니다. 사실 5일이나 있어놓고 시간이 모자랐던 이유는 이 미술관들을 돌아보느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래되고 매우 섬세한 종교 미술에서부터 화려한 색감의 현대적인 회화까지, 서양식 미술에 익숙했던 저에게는 꽤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우붓에 거주하며 미술활동을 펼친 외국 화가들의 그림에서도 ‘발리’와 ‘우붓’이라는 독특한 지역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우 정체성이 강한 그림들이라고 표현하면 이 느낌을 아실까요?^^; 지금도 인도네시아, 그리고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이 우붓에 모여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정말 우붓은 어딜 가도 예술적이고, 누굴 만나도 예술가인듯한 느낌을 받는 신비한 곳입니다!

우붓은 유난히 유럽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누구는 그들이 일명 '라이스필드 뷰'를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한국어로 하면 그냥 '논 풍경'! 한국어 가이드북에서는 이를 '논 뷰'라고 표현하더군요! 뭔가 엄청나게 세련된 느낌이 들긴하네요. 크큭.(;;) 이런 논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은 오전부터 사람들이 자리를 매우고 앉아 있더군요.(최여사는 논 뷰 대신 아그들이 맨발로 뛰어댕기는 운동장 뷰를 즐김!) 늦은 오후 논을 바라보며 술렁술렁 산책할 때마다 '한국에서 논 많은데...!'라는 생각이 계속 따라붙었는데요, 한국도 무작정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지는 방향으로의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렇게 멋진 모습이 되겠지하는 바람도...(물론 한국도 멋진 곳이 많지요!) 

 

이 외에도 우붓은 다양한 NPO의 활동의 장이기도 한듯합니다! 현지인들과 외지인들이 함께 환경, 교육,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문화를 지키며 해외와의 교류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익활동을 위해 작고 귀여운 가게와 카페,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고요. 이번에는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 번에는 우붓의 더 새로운 모습을 찾아다녀보고 싶네요!

 

이 외에도 할 말은 많지만, 마감시간은 훌쩍 지나버렸고(흑;)  더 많은 관광 정보는 시중에 나와 있는 가이드북에 역할을 미루겠습니다~ 

자, 올해 휴가는 이렇게 마무리했으니... 이제 내년 휴가 계획을 세워야겠지요?! ㅋㅋ

혼자 떠나도 좋은 여행지, 휴가지 있으면 추천 부탁드리면서, 전 물러갑니다.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