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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나의 락킹한 여름 이야기




며칠 전, 길가에서 활짝 핀 코스모스를 발견했습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부지런한 날갯짓을 보여 준 고추잠자리, 시원함과 서늘함이 뒤섞인 바람, 뜨거움과 따뜻함의 중간쯤에 서 있는 햇볕까지 일상에서 조금씩 가을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하루 평균 온도가 섭씨 20도 미만인 첫날’이라는 서울의 공식적인 가을 시작일은 9월 26일이라고 합니다.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 잠시 멈추어 서서 이번 여름을 반추해 보니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날에도, 유달리 무더웠던 날에도 저는 락페스티벌의 현장에 있었던 것 같네요.




더위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락스피릿! 지산월드락페스티벌


지난 8월 3일은 오랜만에 해가 쨍쨍한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서울을 벗어나 지산리조트로 향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있자니 새삼 소풍 가는 어린아이가 된 양 마음이 설레더라고요. 1시간여를 달린 끝에 락페스티벌이 열리는 지산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리조트에서 해변을 방불케 하는 패션 피플들의 락페 복장, 일찍부터 아이에게 조기 락페 교육을 시키고 있는 가족들, 아예 작정하고 준비를 해 와 텐트를 치고 3일 동안 밤낮으로 즐기는 캠핑 족들을 보고 있자니 이곳 지산에 락스피릿으로 충만한 해방구가 만들어진 듯했습니다.


 

 


  ‘지산락페’라고 하면 왠지 빡센 락 음악만 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직접 가보기 전에는 살짝 무섭기까지 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물론 하드한 메탈 밴드도 있었지만, 부드러운 모던 락 밴드들도 많았고, 재즈, 스카 음악 등을 하는 밴드들이 출연해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일본, 독일, 한국의 스카 밴드들이 협연한 월드 스카 페스티벌 ‘스카 워즈’ 무대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지산을 하나로 만들어 버린 델리스파이스의 무대!! 그리고 월드 스테이지의 진정한 스케일을 보여준 영국 밴드 플라시보의 헤드라이너 무대였어요. 며칠쯤 도심을 떠나 있고 싶고, 더위를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맞서 싸울 자신도 있다 하는 강철 체력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에게 지산월드락페스티벌을 추천합니다!




에어컨 바람이 솔솔 나오는 도심형 락페스티벌! 슈퍼소닉 2013 


락페를 즐기려면 꼭 도심을 떠나 타지(?)로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도심형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슈퍼소닉은 올림픽공원에서 열리기 때문에 실내 스테이지에서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시원하게 락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락페스티벌 ‘섬머소닉’의 한국 짝꿍인 ‘슈퍼소닉’은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아직 파릇파릇한 신생 락페입니다. 섬머소닉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아티스트 중 일부가 도쿄와 오사카에서 공연을 마친 뒤 한국에 들러 슈퍼소닉에도 참여하는 식입니다. 슈퍼소닉에 출연하는 한국 아티스트들도 섬머소닉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에 음악적 교류가 이루어집니다.

    

  올해는 홍대 씬의 신성 글렌체크가 섬머소닉에 다녀왔지요. 작년에 겨우 1집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세련된 일렉트로닉 팝 음악과 위트 있고 쿨한 영상을 보여 줬고 그에 화답하듯이 체조경기장도 관객들로 꽉 찬 굉장한 공연이었습니다. 영화 <언터쳐블>에 삽입된 ‘셉템버(September)’로 유명한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최근 영국에서 가장 핫한 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 나이를 무색케 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준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까지 해외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대단했습니다. 도심 속에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고, 무더위를 견딜 수 있도록 에어컨과 좌석이 있어 다소 저질 체력이라도 밴드 음악을 즐기겠다는 뜨거운 열정만 있다면 슈퍼소닉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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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 여름은 락페로 시작해서 락페로 끝났네요. 여름은 끝나가지만 겨울이 올 때까지 쟁쟁한 락페스티벌은 계속 이어집니다. 강남 한복판에서 열리는 진정한 도심형 락페 ‘딜라이트  어반그라운드’, 한강난지공원 잔디밭 위에서 즐길 수 있는 락킹한 밴드 음악의 향연 ‘렛츠락페스티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가을 맞춤 음악 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까지, 취향에 따라 이번 가을 한번쯤 락페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