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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당신이 생각하는 적정 책값은?



이 노래 들어보셨나요?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 요금 2만원~♪

♬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가는 곳 없는데〜♩

 

풍산개 

극중 '풍산'으로 분한 윤계상은 세 시간이면 서울과 평양 사이에 원하는 물건을 배달해 준다.

단가는 상당히 비쌀듯, 윤계상의 배달료는 얼마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적정가는?

 

노래 제목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소련’이라는 단어가 있는 걸 보니 참으로 고색창연한 노래네요. 이 노래는 90년대 초반 통일을 염원하며 부르던 노래입니다.요기서 주목하실 부분은 “택시 요금 2만원”

지금으로 치자면 합정역에서 파주 출판단지까지도 갈 수 없는 금액입니다.

지금은 얼마가 들까요? 거리를 220km 정도라고 할 때, 어림셈으로 잡아도 20만원은 가뿐히 넘을 것 같습니다.

신호에 걸리지도 않고, 시계 외 요금도 적용하지 않고, 정체도 없고, 야간 할증도 없을 때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인 현실에서 가자면 30만원 언저리까지 가지 않을까요?

 

택시 요금이 인상되었답니다. 아직 미터기를 교체하지 못한 택시 기사들은 인상된 기본요금 600원을 승객들에게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티격태격 다툼이 생기곤 하는 모양입니다.

 

600원을 가볍게 보지 마시라.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를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이 광고를 믿지 마시라, 1년 전 이벤트 광고이다.

 

재화가 되었건 서비스가 되었건 구매하는 사람은 가장 싼 가격에 그것을 얻고자 합니다. 제공하는 사람은 가능하면 높은 가격을 받고 싶어하겠지요.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의 재화나 서비스는 가격 면에서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옷을 만들고 파는 패션업계 종사자는 ‘옷값이 너무 싸서 걱정’이라고 얘기하고, 차를 만들고 파는 노동자들은 ‘차 한 대 가격이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책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가까운 출판계 선배 중 한 분은 “책만큼 싼 물건이 어디 있어? 집에 꽂아 두는 장식품으로만 따져도 책값은 하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독자 입장에서 완전히 동의하는 분은 많지 않겠지요. 출판사는 기본적으로 제조업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책도 똑같은 물건을 공장에서 찍어 판매하니, 분명히 ‘공산품’이 맞고요. 그러니 독자들이 책 두께나 페이지 수, 제작 사양을 가지고 책값이 싸다, 비싸다고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 왜 이리 비싼가?”하는 온라인 서점의 댓글을 볼 때면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312쪽 짜리 책이다. 가격은 15,000원

이 책이 왜 이리 비싸냐는 말을 들었다. 어쩌라긔?

 

실제로 인쇄소, 제본소를 거쳐 책이라는 물질이 탄생하기 이전, 제작 이전의 전사에서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떠올리고 글을 써내려간 작가의 크리에이티브와 세월, 그 글에 그림을 함께 하기 위해 수 개월을 보내는 그림 작가의 고민과 노동, 그들의 조력자를 자처하는 편집자의 인내와 수고를 통해 한 권의 책이 태어난답니다. 책이 탄생하는 순간, 이 책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북 마케터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확실히 어떤 책의 정가는 적정하다고 느껴지고, 어떤 책의 정가는 과하다 싶을 때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정한 모든 책의 정가가 합당하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독자들이 책이라는 이 독특한 공산품의 적정가를 조금만 더 관대하게 이해해 준다면 지금보다 다양하고 멋진 시도들이 가능할 거라 믿습니다.

 

새로운 냉장고를 샀다고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고, 새로 구입한 운동화로 그 사람의 미래가 바뀌지는 않을 거예요. 책은....어떤 책은.....아주 가끔이지만.....한 사람의 인생을....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 안의 이야기, 그 안의 메시지, 그 안의 이미지......

 

초식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