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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하승창|상상력이 권력을 바꾼다

우리, 상상력으로 권력을 바꿔보자

 

 

 

 

 

2001하승창의 엔지오이야기란 이름으로 시민운동에 관한 책을 낸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많은 부침이 있었고 변화도 있었다. 2001년에 낸 책은 90년대 시민운동에 관한 이야기다. 시민운동이 시작된 배경과 90년대 시민운동의 발자취를 내가 경험한 범위 안에서 전한 책이다. 워낙 시민운동의 역사에 관한 책이 없다 보니 지금도 간간이 그 책을 보았다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몇 년 전부터 2000년대의 시민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한 출판사와 목차까지 정한 기획안이 왔다 갔다 했지만 내가 게으른 탓에 손을 대지 못하고 말았다. 그 사이에 박원순 시장이나 안철수 의원의 선거 캠페인에도 역할을 하게 되면서 결국 그 출판사와는 없던 일이 되었다. 책을 내지 못하더라도 페이스북에 연재해볼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던 차에 김학원 대표가 책 쓸 시간 없을 테니 휴로그에 연재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생각을 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시작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냥 자유롭게 써볼 생각이다. 내가 겪었던 지난 2000년대의 시민운동의 경험들을 늘어놓으면서 되돌아보려고 한다. 시민운동의 이론서도 아니고 학문적 연구도 아니다. 그저 한 개인이 겪은 이야기를 통해 지나온 시민운동의 모습들을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개인의 경험 세계가 주로 시민운동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자연히 시민운동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시민운동 이야기를 통해 결국은 우리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테고, 어떤 이야기는 주관적 해석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그저 하승창이라는 사람의 시각을 통해 본 2000년대 시민운동에 관한 이야기, 변화를 위해 새롭게 도전하려면 생각해보아야 할 여러 이야기 중의 하나로 보아주면 좋겠다.

 

 

대체로 이야기는 90년대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 중의 하나였던 시민운동이 2000년대 들어와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나 까닭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면서도 시민운동의 변화를 90년대에 성장한 잘 알려진 단체들 중심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려 한다. 2000년대 우리 사회의 변화는 90년대에 시민단체들이 부딪혔던 문제들과는 또 다른 성격의 문제들이고, 90년대 시민단체들은 그 문제를 자신들의 의제로 하기에는 어느새 시대에 뒤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시민단체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은 사회 변화와 더불어 낡은 의제가 되어버렸을 뿐 아니라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낡은 것이 되었다. 변화를 이끌거나 조응하기 위해서는 의제도, 의제를 다루는 방식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다르게 말하고 일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고, 2008년 촛불시위는 활동이 중심축이 다른 집단에 넘어갔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스스로 만들었고 일했던 시민단체의 활동보다 다른 의제와 다른 방식의 활동에 이끌린 나는 어느새 어떤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씽크카페라는 카페의 대표가 되어 있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스스로 인식의 변화도 작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나누는 이야기는 사회운동에 대한 나 자신의 인식 변화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온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스로 가졌던 문제의식의 궤적을 쫓기는 하겠으나 가능한 시민운동을 중심으로 한 사회운동의 변화라는 흐름을 놓치지는 않으려 한다. 읽어주시는 분들과 생각의 교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다시 강조해 드리지만 이는 정돈된 운동에 대한 견해나 입장으로 정리된 글은 아니다. 한 개인이 겪은 시민운동의 과정과 거기서 받은 자기 생각에 관한 글이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 이렇게 보기도 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읽어주시면 좋겠다. 그를 통해 몰랐던 시민운동의 변화, 새로운 도전의 희망적 근거들이 자라나고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승창   대학 시절부터 죽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왔다. 90년대에는 경실련에서 일했고, 2000년대에는 밑 빠진 독상으로 알려진 예산감시운동을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시작하기도 했고, 시민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기독교방송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의 진행자를 한 적도 있고,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잠깐씩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최근에는 대안적 논의를 위한 플랫폼에 관심을 두고 씽크카페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돕고 있다. 책도 썼다. 하승창의 NGO이야기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엮은 책이나 함께 쓴 책도 몇 권 있다. 종종 변호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법시험을 본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