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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

내 맘대로 ‘위대한 질문 시리즈’ 리뷰_내가 독자라면




 >>> 위대한 질문 시리즈 <<<

완간...은 아니고 출간 1주년!!!

 

 

'위대한 질문 시리즈' 출간 1주년을 기념해 독자의 입장에서 이 시리즈를 되돌아 보았다.

 

 

 

#1. 내가 ‘위대한 질문 시리즈’를 구입한다면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평대에 깔린 책을 보고, 혹은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보고 이 책을 선택했을 것이다. 20가지 질문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싶었던 내용들이 책 한 권에 다 담겨 있다.

 

책을 고를 때, 먼저 제목이 끌리면 손이 간다. 표글과 저자 소개를 보고, 특히 ‘차례’를 중요하게 본다.

이 시리즈의 차례는 20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말로 20가지 질문이 모두 다 궁금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끌리는 질문을 몇 개만 꼽아 보면 이렇다.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

- 모든 것은 상대적인가?(질문 11)

- 무엇을 위해 사는가?(질문 18)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

- 물리학의 핵심은 무엇인가?(질문1)

- 흘끗 바라보는 단순한 행위로 우주를 바꿀 수 있을까?(질문 13)

- 끈 이론은 정말로 끈에 관한 이론인가?(질문 16)

 

《우주를 낳은 위대한 질문들》

- 암흑 물질이란 무엇인가?(질문 11)

- 암흑 에너지란 무엇인가?(질문 12)

- 물리 법칙이 변할 수 있을까?(질문 17)

 

《수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

- 소수는 왜 수학의 기본 단위인가?(질문 3)

- 무한대는 얼마나 큰가?(질문 6)

- 해독 불가능한 암호는 과연 존재하는가?(질문 14)

 

 

끌리는 질문들의 본문을 살펴본 뒤, 이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을 것이다(제목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저장해 두고,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했을 수도.). 중요한 주제에 대해 핵심만 간결하게 담고 있다는 점이 마음이 든다.

 

 

#2. 순수하게 독자로서 ‘위대한 질문 시리즈’를 읽는다면

 

우선 복잡한 수식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아무리 쉬운 수식이라 하더라도, 과학을 하려면 이 정도 공식은 알아야 한다고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그렇더라도 작정하고 덤비지 않는 한 책을 넘길 때 수식이 보이면 ‘헙’ 하고 숨이 막히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는 수식이 없다. 20가지 질문은 20가지 이야기이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그저 잘 정리해 놓은 게 아닌, 글쓴이의 관점이 담긴 이야기이다. 과학 이론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고 주제의 핵심과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 주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나의 감동이 짧은 글에 잘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발췌를 하면 이런 식이다.

 

 

끈 이론은 흔히 ‘새로운 최첨단 물리학 이론’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끈 이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입자 물리학이 부흥기를 맞이했던 1968년이었다.

...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가브리엘레 베네치아노는 끈 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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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이론이 정상적인 이론으로 학계에 수용되려면 20세기 물리학을 떠받치는 두 개의 이론에 부합되어야 한다.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끈 이론이 이 이론들과 조화를 이루려면 우주 공간이 3차원이 아니라 무려 25차원이어야 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입자’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의 존재를 허용해야 했다.

...

끈 이론은 내용이 너무 파격적이어서 학계에 쉽게 수용되지 못하고 한동안 변두리 이론으로 남아 있었다.

...

그러나 지금 끈 이론은 물리학자들의 오랜 염원을 이루어 줄 강력한 후보로 자리잡았다. 대체 그 비결은 무엇일까?

 

-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 질문 16. 끈 이론은 정말 끈에 관한 이론인가? 중에서

 

 

어쩌면 한 권의 책으로도 다 하지 못할 과학 이론을 맥락만 정확히 짚어 준다는 점에 정말 놀랐다. 저자 소개를 다시 본다. 저자인 마이클 브룩스는 양자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과학 잡지 《뉴사이언티스트》의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저술은 물론 강연, 방송 출연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이다. 시리즈의 다른 저자들 모두 유명하신 분인가 보다. 《우주를 낳은 위대한 질문들》의 저자 스튜어트 클라크는 영국 일간 신문 《인디펜던트》에서 선정한 스타 과학자로 스티븐 호킹, 마틴 리스와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는 분이다. 알고 보니 다들 과학은 물론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에 내공이 있으신 분들이다.

  이 분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계시다. 어떤 분인지 얼굴을 확인해 보시는 재미도 느끼시길.  

 

마이클 브룩스 http://www.michaelbrooks.org

스튜어트 클라크 http://www.stuartclark.com

 

 

#3. 이 책을 읽으실 분에게

*  물리학이나 우주에 관심이 있다면 《물리학을 낳은~》과 《우주를 낳은~》을 같이 읽으시길 권하고 싶다. 내용상 연결되는 부분이 많고, 물리학과 우주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철학을 낳은~》을 읽으실 때는 이 책이 과학 시리즈에 속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왜 철학자가 기획을 했을까? 저자인 사이먼 블랙번은 과학을 철학의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자다. 내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과학과 관련된 현대 영미 철학(아쉽게도 ‘영미 철학’이 이거라고 한 마디로 말할 능력은 안 된다.)의 주제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고, 그 주제들을 이야기하려면 과학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해야 하기에 이 시리즈를 기획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야 평소에 과학 철학에 관심이 있어 《철학을 낳은~》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물리학이나, 우주, 수학 등 다른 과학 편을 읽고 맨 나중에 철학 편을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철학을 낳은~》도 꼭 읽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말로 재미있는 문제들은 철학 편에 있으니까.

 

아, 그리고! 《철학을 낳은~》은 다른 편과 조금 다른 성격이라는 걸 일러두고 싶다. 여기에는 저자의 관점을 넘어서 저자의 ‘의견’이 들어가 있다. 철학자 자신의 ‘생각’이 담겨 있어, ‘철학’의 의미를 잘 살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철학 편의 매력.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상대주의자는 “나는 이런 방식으로 사물을 본다”라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이론을 밀고 나가지 않는다.

...

상대주의를 의심하고 적대적으로 바라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

수학이나 과학과 같이 방법론이나 원칙이 비교적 분명한 학문 분야 내에서는 충분히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

-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 질문 11. 모든 것은 상대적인가? 중에서

 

 

*《수학을 낳은~》을 숫자 때문에 읽기 두려워하시지 말기를. 질문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 보시기를. 사실 ‘도전’이라 할 것도 없다. 잘 모르겠는 부분을 살짝 살짝 건너뛰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야기이다.

 

- 소수는 왜 수학의 기본 단위인가?(질문 3)

: 영화 <큐브(Cube)>가 떠올랐다. 영문을 모른 채 큐브 속에 갇힌 사람들이 큐브를 탈출하는 이야기. 방에 새겨 있는 숫자의 수학적 규칙을 찾아 함정이 없는 방으로 옮겨 가 탈출해야 한다. ‘이 숫자는 소수인가 아닌가?’

 

 

 

- 무한대는 얼마나 큰가?(질문 6)

: 무한대도 크기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처음 친구에게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 해독 불가능한 암호는 과연 존재하는가?(질문 14)

: 이달 휴먼사이언스에서 출간 예정인 《불멸의 이론》에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사용된 ‘에니그마’ 암호 생성기에 관한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니그마 머신

 

 

* 내용이 쉽지만은 않을 수도. 하지만 소장하면 좋다!

  ‘위대한 질문 시리즈’는 과학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각 분야의 핵심 질문 20가지를 담고 있기에, 이 시리즈를 줄기 삼아 더 알고 싶은 것들, 궁금한 것들을 찾아 책 읽기를 확장할 수 있다.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책은 많지만 ‘과학자는 무엇이 궁금해서 이런 연구를 한 걸까?’, ‘나는 무엇이 궁금해서 이 과학책을 읽나요?’ 하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다. 과학에서 무엇을 알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기를. 그것이 과학 책 읽기의 첫 걸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