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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

시집 한 권, 사 보셔도 좋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이후로 문학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허구적인 이야기가 마음에 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드라마는 열심히 보지요.)

 

그런데 요즘 시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짧은 글, 간결한 글귀, 한 토막 낱말이

마치 에밀레종소리가 ‘댕~~~’ 하고 울려 퍼지듯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어떤 글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같은 시라 하더라도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어떤 맥락에서 읽히느냐에 따라

다른 빛깔을 내는 것 같습니다.


 

1. 

올해 초 <학교2013>이라는 드라마에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 시를 교육방송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선생님이 읊으시는 장면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년차 수학선생님께서 전문가와 선배 교사들의 조언을 들으며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어려움의 벽을 깨고자 하는 선생님의 용기있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예쁘다며 밝은 표정으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읊으셨죠.

 선생님께서 더 사랑...아름다우십니다!ㅋㅋ

 (그러고보니 저도 입사 만 2년.. 비슷..;;)

 

 

 2.

 지난주 대표님께서 '기획 실무'에 관해 강의를 하셨습니다.

 시를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시로 강의를 시작하셨지요.

 

 


 앵무새의 혀                   - 김명인                        

 앵무새 부리 속에 혓바닥을 보았느냐?
 누가 길들이면 따라 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 아닌 말을 단 한 번 하고 싶은
 분홍빛 조봇한 작은 혀를 보았느냐?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시를 보니,   

 어떤 강의 내용이었는지를

 줄줄이 늘어놓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3.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보시나요?

오며 가며 흘끗흘끗 장면장면만 봤었는데,

지난 토요일 드라마에 푹 빠져서 첫회부터 쫘~악 돌려봤더랬지요.;;

 

아주 의도적인 장치이겠지만,

드라마에 시와 소설의 좋은 글귀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4회에서는 안도현 시인의 <나에게 부르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요즘도 책방 앞에 좋은 문구를 써서 걸어두나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그 앞을 지날 때 그 글의 적혀 있다면 미도 씨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너를 위해 불러줄 노래가 있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예전에 미도 씨네 집에서 사갔던 책이죠.

따뜻한 봄날 책방 앞에 이 글이 걸려 있기를 바랍니다.

미도 씨가 너무 보고 싶으니까요.

 

- 이재희의 대사 중

 

 

 

 

 

 

시의 전문을 찾아보았는데요,

저는 이 구절이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집이란 ...(중략)...

떠나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으니

정작 돌아오려거든 늘 떠나야 한다

 

 

4.

그래서...

일요일에 경복궁-청와대-삼청동 한적한 거리를 산책하다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서 시집을 하나 샀습니다.

중학교 때 동네 서점에서 사 본 후로 두 번째군요.

 

아침에 친구에게 짧은 시 하나를 띄웠습니다.

 

조은*님의 말 :

 

풀꽃2           - 나태주

 

이름을 알게 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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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님의 말 : 이게뭐여 끝이야?

 

조은*님의 말 : 별루야?

까망. 님의 말 : 아니 나 이해를 못하겠어 ,,,,

 

조은*님의 말 : 이해를 말고 느껴야지~ ㅋㅋㅋㅋ

                     아, 이런 메마른 친구

 

까망. 님의 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은*님의 말  : 너는 메마른 흙색 친구.

                       너는 까만 개미 친구.

 

까망*님의 말  : 나를 메마르지 않게 촉촉하게 만들어주거라


조은*님의 말  : 그래, 내가 단비가 되어 너를 적셔 주겠노라. ㅋㅋㅋㅋ

 

까망*님의 말  : 역시 넌 조은친구야

 

 

 

시집 한 권, 사 보셔도 좋습니다

메마른 마음을 흠뻑 적셔 줄지 모릅니다

 


 

-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