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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

How to make a book - 슈타이들 展

 

 

 

날씨가 좋아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요즈음입니다.

여건이 안 되면 주말에 나들이라도 다녀와야겠죠!

 

 

얼마 전, 저는 대림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슈타이들 전에 다녀왔습니다.

완벽주의 아티스트들의 히어로

세기의 아티스트, 디자이너들이 열광하는 출판계의 거물

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세계적인 출판계의 거장 등등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합니다.

 

슈타이들 캐리커처. 그림처럼 좀 깐깐한 아저씨인 듯합니다. ^^

 

 

말이 나온 김에 잠깐 슈타이들에 대해 알아볼까요?


1950년 독일 괴팅엔에서 태어난 슈타이들은 17세부터 독학으로 인쇄 기술을 습득해 출판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앤디 워홀의 전시는 그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죠.

1972년 첫 책을 출간한 그는 이후 '결정적 순간'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현대 사진의 아버지 로버트 프랭크,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 등 수많은 아티스트,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많은 책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슈타이들 전이 열리고 있는 대림미술관 전경

 

 

 

 

 

그럼 이제 전시회장을 살펴봅시다.


전시가 시작되는 2층에 올라가면 편집자인 저도 다소 낯선 사진들이 3면 벽에 걸려 있습니다. 들여다보니 종이 생산, 인쇄, 제본에 관한 사진입니다.


 

종이 생산  제본

인쇄

 

이곳은 슈타이들이 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야.’ 하고 이야기를 하는 장소인 듯하네요.


슈타이들은 종이를 만들거나 제본하는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인쇄 과정은 컬러 사진으로, 나머지 과정은 흑백 사진으로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슈타이들의 유머인지, 사진을 찍은 코토 볼로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위트가 있습니다.

 

 

 


슈타이들이 얼마나 책 덕후인지 말해주는 향수도 있습니다.

‘Paper Passion’이라는 이 향수는 책 냄새가 나는 향수입니다.

그것도 갓 인쇄된 책에서 나는 따끈따끈한 냄새!

출판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에서 이 향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슈타이들 전에는 단돈 13만 원에 그 냄새를 자신의 향기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3층에는 슈타이들의 완벽주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많습니다.

특히 슈타이들이 샤넬과 함께 ‘ABChanel’ 서체를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서체까지 신경 쓰는 출판인이라니, 정말 대단한데요.

전시장에는 슈타이들이 만든 ‘ABChanel’ 서체 외에도 다양한 서체가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타임스 뉴 로만체  가라몬드체

                                                                 

로-타이프체  블록 앤 베를릴 그로테스크체

                                             

혹시 제가 이렇게 사진을 찍은 이유, 눈치채셨나요?

휴머니스트의 머리글자인 ‘H’를 중점적으로 찍어보았습니다. ㅎㅎ

사실 ‘H’는 변용의 여지가 적어 서체를 비교하기에 적합한 글자는 아닙니다.

(슈타이들은 ‘Q’를 아름답게 생각하고, 서체를 비교할 때도 중점적으로 살핀다고 하네요.)

휴머니스트의 로고 역시 ‘H’를 사용하기에 다른 회사나 제품의 로고와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희 회사의 디자인 실장님이 외국 회사까지 포함하여 수많은 로고를 모으고 비교한 후에 만드셨다고 하네요.

 

가치 있는 삶의 동반자, 휴머니스트의 로고!

 

 

 

이 사진은 로버트 프랭크의 책 The Amaricans의 인쇄물입니다.

혹시 네 가지 인쇄물의 차이를 발견하셨나요? 자세히 보면 인쇄물의 밝기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왼쪽 위 인쇄물이 가장 밝고, 오른쪽 위 인쇄물이 가장 어둡네요.

바로 인쇄 감리를 보는 과정에서 나온 인쇄물입니다. 인쇄 감리는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제작 담당자가 인쇄소에 가서 인쇄가 적절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전시된 인쇄물을 보니 감리를 하는 과정은 슈타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hell! 이건 정말 지옥이야! 이런 말은 아닙니다. 독일어로 ‘hell’은 밝다는 뜻입니다. 인쇄물을 좀 더 어둡게 찍자는 이야기지요.

 

검은색과 회색을 좀 더 진하게 인쇄해주세요.

 

2번 인쇄물과 3번 인쇄물의 중간 정도로 인쇄해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로버트 프랭크의 ok 사인~

 

 

 

 

어떠세요? 슈타이들의 완벽주의가 느껴지시나요?

지금까지도 매년 40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는 세계적 출판인 슈타이들.

그의 전시는 편집자로서 또다시 어떻게 책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꼭 출판인이 아니더라도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다양한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기분 좋은 주말, 서촌에서 슈타이들이 선물해준 책의 향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 런닝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