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이야기: 한번쯤은 목 놓아 통곡!
50대의 중년 사내가 어느 날 문득 깨닫습니다.
"난 지금껏 잘못 살아왔어요.
내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한 거예요. 언제나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왔지요."
이 사나이의 이름은 앨런 코프입니다. 그래픽 노블 《앨런의 전쟁》 주인공이에요. 앨런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할 당시, 자전거를 타며 신문을 돌리던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결정했을 때,
포스터 속의 엉클 샘이 앨런 코프에게 손을 겨누며 말합니다.
"너를 원해!"
앨런은 ‘그러지 뭐!’ 하고 입대를 합니다.
열여덟 살 소년병 앨런 코프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적군과 아군으로 세상 모든 것이 양분되고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전장에서조차 소년은 청년으로 성장합니다. 낯선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노래합니다.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체코슬로바키아까지 이어지는 앨런의 긴 여정은 전쟁의 기억보다 여행의 추억으로 전해집니다.
앨런은 이 여정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됩니다. 조국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 긴 여정을 떠난 또 다른 중년 사내가 하나 있습니다.
70일간 3,000킬로미터 순례자의 길을 걸었던 이 사내는 산티아고에 이르러 목 놓아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사나이가 바로 우리 부사장님입니다.
하루 40Km씩 걷는 강행군을 통해 다다른 목적지는 산티아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생이었던 모양입니다.
어차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으니 말이죠.
부사장님 얘기를 들으며, 저의 머릿속에서는 산티아고의 울음과 앨런의 대사가 정확히 포개졌습니다.
"난 지금껏 잘못 살아왔어요.
내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한 거예요.
언제나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왔지요."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질문했습니다.
'나를 위해, 나 자신을 가여워 하며 눈물을 흘려본지가 언제였지?’
까무룩…
어떤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자기 연민이 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겐 스스로의 삶을 몰아세우는 몰인정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도 녹록하지 않은 세상살이 더 퍽퍽하게 만드는 건 확실히 변택적인 선택입니다.
산티아고에서 흘린 부사장님 눈물은 스스로의 인생을 격려하는 깊은 포옹 같은 것 아니었을까요?
원래 한덩어리였지만 어느새 많이 멀어진 나와 내 인생 사이의 화해와 용서…
그래서인지 3개월 만에 만나는 부사장님의 얼굴, 부사장님의 발걸음도 활기가 넘칩니다.
저는 그 눈물이 너무 샘납니다.
저도 조만간 대성통곡의 기회를 마련할 거예요.
제 삶의 후원자가 되겠어요!
하지만,
3,000Km 행군은 사양입니다. 차라리 회사에서 일할래요.ㅎㅎ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돼! 납득이…
by 초식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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