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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리보기]《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 #3. 약품을 만드는 염소


처음 과학자들이 동물의 유전체를 편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을 때 그들은 이 새로운 힘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밝은색의 참신한 애완동물을 만드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대개의 연구자들은 훨씬 더 중대한 기술적 응용을 마음속에 그렸다. 인류의 삶을 구원할 유전공학 동물을 창조하길 희망하며 말이다. 한 기업이 드디어 이 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간단한 유전자 수정으로 동물들이 살아 있는 제약 공장으로 변하는, 새로운 제약의 세계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세포들이 자연적으로 쏟아 내는 수많은 단백질은 좋은 약물로써 기여한다. 인간의 신체가 지닌 효소, 호르몬, 응혈 인자, 그리고 항체들은 통상적으로 암이나, 당뇨, 자가 면역 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이 화합물들을 산업적인 규모에서 생산하려면 어려울뿐더러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결국 환자들은 필요로 하는 만큼 약물을 공급 받지 못한다. 반면에 낙농 가축들은 단백질 생산꾼들이어서 녀석들의 젖은 곧잘 우유로 가득 찬다. 1980년대에 첫 형질 전환 포유류가 탄생한 뒤처음에는 쥐, 그러고 나서 다른 종들과학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었다.




사람 항체나 효소 유전자를 젖소나 염소, 양에다 집어넣으면 어떨까? 제대로 된 장소에다 올바른 분자 스위치의 통제 아래 넣기만 한다면 치료용 단백질을 우유와 함께 생산하는 동물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사들은 양동이 가득 약물을 담아 올 수 있을 테고 말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치료 화합물이 담긴 우유를 생산 하는 형질 전환 쥐, 양, 염소, 돼지, 소가 탄생함에 따라 이 이론은 증명되었다. 처음에는 단지 괴짜 과학,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사고실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은 매사추세츠의 GTC 바이오세라퓨틱스가 에이트린이라는 신약을 내놓으면서 변했다. 에이트린은 항트롬빈으로,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혈액 응고를 저해하는 항응고제이다. 간세포에서 만들어 내는 항응고제는 혈전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종의 분자 문지기로서 혈전을 만드는 화합물에 슬며시 다가가서는 화합물을 혈류 밖으로 호송시킨다.


그러나 미국인 2,000명 중에 1명은 항트롬빈을 만들지 못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안고 태어난다. 이 환자들은 특히 다리와 폐에 혈전이 자주 생기며 수술이나 출산 중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을 위험이 차츰 높아진다. 항트롬빈을 보충함으로써 이 같은 위험을 낮출 수는 있다. GTC는 유전공학 염소를 사용하여 항트롬빈 생산을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


특별한 염소 무리를 탄생시키는 데에는 미세 주입법이 쓰였다. 인간의 항트롬빈 유전자를 뽑아내어 염소의 수정란에 직접 주입을 했다. 그러고 나서 이 수정란을 암컷 염소의 자궁에 이식했다. 태어난 새끼들 중 몇몇은 인간의 유전자가 세포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이 된 형질 전환 염소로 밝혀졌다.


항트롬빈 유전자는 염소의 젖샘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프로모터(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하는 DNA 서열)와 짝지어진 상태였다. 형질 전환 염소가 젖을 분비하면 프로모터가 전이 유전자를 켜고 염소의 젖은 곧 항트롬빈으로 가득 찬다. 이제 우유를 양동이에 쓸어 담은 후 항트롬빈을 추출하고 정제하기만 하면 된다. 사랑에 빠졌나니, 그것은 바로 인간 의약품이더라! 그리고 GTC에게 그것은 액체로 된 금이었다.




2006년 에이트린은 시장을 강타했고 세계 최초의 형질 전환 동물 약품이 되었다(유럽 연합이 2006년에 에이트린을 승인했고 미국은 2009년에야 그 뒤를 따랐다. 즉 매사추세츠 출신이었음에도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만 치료제로써 처방되었다.). GTC가 소유한 매사추세츠 주 농장에서 1년 동안 한 마리 염소로부터 1킬로그램이 넘는 약품을 채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 작은 염소통조림을 먹는 동물원 스타는 제약 산업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추가되었다.


제약의 세계는 빠르게 팽창했다. 전 세계 실험실과 회사 들이 자신만의 외양간과 사육장을 갖추고 혈우병에서부터 암에 이르는 질병들의 치료제를 뿜어내는 동물들을 기르기 시작했다(이러한 화합물 중 일부를 생산하는 유전공학 식물과 박테리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2, 유전공학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인슐린이 FDA의 승인을 받은 첫 유전공학 약물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인체 단백질은 복합물이어서 작동을 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정확하게 접히고 거기에 특별한 물질이 덧붙여져야 했다.).


루코네스트라는, 유전공학 토끼의 젖에서 생산되는 약품이 에이트린의 대열에 합류했다. 네덜란드 제약 회사가 판매하는 이 약품은 신체가 붓는 고통스러운 유전 질환인 혈관 부종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었다.


*책 미리보기 4화로 이어집니다.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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