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트는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특별 방송
'영화 속의 사도, 역사 속의 사도'의 내용 및 녹음 현장 뒷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방송을 청취하면서 함께 보시면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영화 속의 사도, 역사 속의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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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시백과 이준익,
<조선왕조실록>과 <사도>의 훈훈한 만남
영화 <사도>가 관객 수 600만 명을 향해 흥행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 궁중사 최대 비극이라는 ‘임오화변’과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가족사에 대한 역사적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박시백 화백과 신병주 교수,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이 같은 관심에 부응해 영화 <사도>를 제작한 이준익 감독, 조철현 작가, 이송원 작가를 만나 역사 속 사도에 관해 진지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사도> 팀은 <사도>의 스토리 단계에서 도움을 받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박시백 화백의 조언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팟캐스트에 참여했고 박시백 화백과 신병주 교수는 영화 <사도>의 팬을 자청했기에 여느 인터뷰와는 달리 편안한 대담이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보여주며 영화 <사도>와 임오화변에 관한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2. 왜 지금 <사도>인가?
: 하늘과 땅 사이가 온통 뒤주 속 같더이다.
청취자들이 보내온 첫 번째 질문은 <사도>를 기획하게 된 동기였다. 조철현 작가(전 타이거 픽처스 대표)는 임오화변이 비극의 원형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그리스 고전 비극에 필적하는 ‘우리식 비극의 전형’을 제대로 그려보자고 한 것이 기획의 출발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도>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향의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과 작가들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암울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조철현 작가는 영화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사건 사고들이 이어졌다고 말한다.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이 죽고... 그런데 그 죽음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이 뭔가 불손하다고 느꼈어요. 조선시대의 죽음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실상은 정확히 모르는 그런 죽음,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내연은 모호한 사건”, 그것이 바로 사도의 죽음이다.
이송원 작가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도>가 우리 시대의 암울함을 은유하는 측면을 깨달았다.
“피 끓는 한 청춘을 아버지가, 어른이 뒤주에 가두어 죽인 이야기잖아요? 이러한 상황이 지금 우리 시대와 비슷한 거 아닌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뒤주...”
그래서 영화 개봉 전 제작팀이 떠올린 <사도>의 메인 카피는 강력한 한 방이 있었다.
“하늘과 땅 사이가 온통 뒤주 속 같더이다”
3. 왜 하필 뒤주였나?
: 삼인삼색의 해석
영조의 처분과 사도세자의 죽음이 한층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뒤주에 가두어 죽인 행위 때문이다. “왜 하필 뒤주에 가두었을까?”하는 청취자 질문에 대한 학자, 시나리오 작가, 화백은 각각 다른 해석을 보여주었다.
신병주 교수는 “자결을 명했으나 그것이 되지 않았을 때, 영조의 입장에서는 시간을 좀 벌어보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 일단은 저 놈을 가두어 두고 시간을 벌어보자 한 것이다. 또 당시에 잠금장치가 있는 몇 안 되는 가구가 바로 뒤주”였다고 말한다.
이송원 작가는 영조의 딜레마를 언급했다. “당시 조선이 따랐던 명나라 대명률에 의하면 모반 반역죄는 연좌제였다. 세자를 처벌했을 때 자기 자신과 세손인 정조 또한 대역죄인이 되는 까닭에 사약을 주거나...하는 형법으로 세자를 처벌할 수 없을 것이고, 유교 사회의 가장이 가법에 따라 아들을 처벌”하여야 하는 과정이어야 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사도의 처형에 대한 영조의 입장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가둔 것이라고 말한다.
박시백 화백은 “영조가 다혈질이고 욱하고 즉흥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만, 굉장히 냉철하고 치밀한 사람”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뒤주’를 이용한 사도에 대한 처분은 이미 확정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역모인데 역모가 아닌 것으로 처결해야 하겠기에, 더불어 “처분을 내리되 세손에게는 영향이 없어야 하는 것”이기에 선택한 것이 뒤주라는 것이다.
만화의 스토리텔러, 영화의 스토리텔러, 학문의 스토리텔러들이 모여 진행된 역사 대담은 때로는 같고, 때로는 다른 견해들이 오가며 진지하게 이어졌다.
4. 사도는 영조의 침소까지 다다랐을까?
: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사실
신병주 교수는 <사도>가 “놓치기 쉬운 부분들까지 잘 잡아내서 표현했다. 모처럼만에 실증적인 역사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는 관람평을, 박시백 화백 또한 “역사물을 볼 때마다 실록 공부한 것이 오히려 몰입에 방해를 주었지만 이번 영화는 디테일이 좋은 영화였고 아주 재밌게 보았다”는 관람평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역사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100퍼센트 담아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도> 또한 그러한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박시백 화백은 사도 세자가 칼을 들고 영조의 침소까지 갔다가 영조와 정조의 대화를 듣고 뒤돌아서는 장면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을 지적했다. 세자라 하더라도 칼을 들고 임금이 기거하는 처소에 들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준익 감독은 이 장면이 작가들의 의구심을 뿌리치고 감독이 밀어붙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칼을 들고 무조건 그곳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왜곡일지라도 영화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관객은 영화의 사건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사도의 마음과 심정을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폭발하는 분노가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돌아서는 과정마저 영웅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밖에도 상업 영화이기에 갖추어야 하는 조건들을 위해 부득이 왜곡할 수밖에 없었던 고증과 복식, 아깝게 편집한 장면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사도>는 근래에 만나기 어려울 만큼 고증에 만전을 기한 영화였다. 통상의 사극이 가지는 스펙터클을 아껴가면서, 역사적 사실과 당대의 복식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어졌다.
5. 책과 영화는 어떻게 만나는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영화 <사도>의 작가들이 한 자리에서 공개적인 대담을 함께 한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만남이다. 하지만 이 만남은 책과 영화가 어떻게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서로를 살찌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영화 <사도>의 제작팀은 역사 영화다운 역사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조선왕조실록>과 <한중록>과 같은 1차 사료를 섭렵하고 나아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권력과 인간> 등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꼼꼼하게 검토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퍼스펙티브를 제공한 박시백 화백이나 정병설 교수에게 사전 양해와 자문을 구했으며, 두 저자들 역시 흔쾌히 협조했다.
<사도> 제작팀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참고문헌을 밝혔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영상 미디어에서 거의 전무했던 새로운 사례이고, 획기적인 일이다.
<사도>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이송원 작가가 “모든 사극을 처음 구상할 때 제일 먼저 집어 드는 책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며, 특히 “15권은 사도세자의 비극을 영조와 사도 사이의 대결을 넘어서, 정조로까지 3대의 비극으로 그려내자고 한 우리들의 의도를 이미 잘 정리한 상태였다”고 밝힌 것처럼, 또한 박시백 화백이나 신병주 교수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사도를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문화콘텐츠들이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고 그 성과를 수용하며 더 큰 판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팟캐스트 진행을 맡았던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영화 <사도>의 관객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독자가 서로 섞이고 교감하며 역사 속의 사도세자와 영화 속의 사도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시도, 책과 영화의 뜻 깊은 만남이 좋은 선례가 남아 구체적 성과로 남기를 바란다. 저자도 감독도 관객도 독자도 한 차원 달라진 즐거움을 만끽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문화적 성과”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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