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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를 펴내며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를 펴내며 1 그는 혁명가를 좋아했다. 아니, 그 자신이 혁명가였다. 그는 시를 좋아했다. 아니, 그 자신이 시인이었다. 마흔 살의 혁명에 관한 기록인 그의 저서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의 서문에 그는 이렇게 썼다. “‘타도, 구본형!’ 이것이 이 책 속에 숨어 있는 정신이다. 나는 나의 문화사, 이 개인의 실록을 통해 내가 넘어서고 극복해야 할 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는 나의 비전은 먼저 이렇게 나에게 적용되었다. 내가 내 직업의 첫 번째 고객인 것이다.” ‘타도, 구본형!’의 자기 혁명은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이라는 시적 삶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났다. 그런 그가 불현듯, 어느 날 세상을 떠났다. 2 20년 넘게 900여.. 더보기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청춘의 독립은 녹록치 않다. 우선은 현실적인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보증금에 높은 방세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적어도 인간답게 먹고산다고 할 정도로 살림을 할 각오도 있어야 한다. 온갖 디자인 상품으로 치장되어 있는 드라마 속 원룸과 달리 다 떨어진 벽지와 장판과 궁상맞은 가재도구 몇 개가 전부인 옥탑방과 반지하방도 당분간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가장 골치 아프고 또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바로 부모님을 꼬시는 일이다. 그냥 떼를 부린다고 되는 일도 아니며, 자신의 성장을 한순간의 쇼맨십으로 드러내 보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말 오랫동안 신뢰와 정성을 들여 설득해야 한다. 나의 삶도 삶이지만 부모님들 또한 자신의 살점을 덜어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아픔의 이유를 정당화해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