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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묵자

그 멋있는 자취방 문짝에는... 제대하고 인천에서 서울로 다니기가 너무 멀어, 사실 빨리 집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컸기에 자취방을 알아보고 다녔다. 노고산 일대를 샅샅이 찾아다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에나 나올 법한(흰색 페인트 칠을 한 건물이 북향으로 해를 등지고 가운데 수돗가를 건물이 둘러싸는 그런 구조였다) 방 하나가 싸게 나왔는데, 철계단을 타고 돌아서 3층까지 올라가면 아이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철문이 있고 그 안에 조그만 방 두 개를 각각 세를 놓고 있던 집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대충 만들어 놓은 방이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8만원짜리여서 인근에서는 가장 싼 집이었다. 망설이다가 자취방 문짝에 적혀 있는 글 때문에 그냥 살기로 했다. 갓 제대한 터라 보증금도 동아리 친구에게 빌려 내고,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면서(헌책.. 더보기
남해 금산 남해 금산 마감하다 말고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남해 이야기가 나왔다. 아 남해라…. 남해 하면 이성복의 ‘남해 금산’이 떠오르고, ‘남해 금산’은 김훈의 에세이를 떠오르게 한다. ‘한 여자’에서 ‘그 여자’로 건너가는 그 여정의 고단함과 복잡함, 하나의 사건으로 ‘그’ 여자를 떠올리게 만든 김훈의 에세이는 이성복의 ‘남해 금산’에 풍부한 표정을 불어넣었다. ‘한 여자’는 살아 있는 구체적인 여자로 떠오르기 이전의, 여자의 고통스런 잠재태이다. ‘한 여자’는 아직은 익명의 여자이며 무인칭의 여자이다. ‘한 여자’는 모든 여자일 수 있지만, 아직은 아무 여자도 아니다. ‘한 여자’는 구체적인 고통 속에 처한 여자이지만 어느 여자인지 알 수 없다. ‘한 여자’는 자욱하다. 우리는 ‘한 여자’를 그리워할 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