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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하다 딴 책 읽기

이 느낌적인 느낌의 세계, 그래 느낌 아니까~ 유행어에 편승하는 글… 맞다. 요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느낌 아니까’라는 말에 매번 피식 웃음이 난다. 사실 느낌은 각자만이 알 수 있는 세계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느낌을 전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 내 경험치로 그의 느낌을 짐작할 뿐이지만 기분 좋은 말이긴 하다. 느낌을 안다는 건 어떤 순간을, 어떤 대상을, 어떤 일을 오롯이 경험했다는 것이고, 세상을 향해 그의 온 감각을 활짝 열어 본 적이 있다는 고백이니까. 마감을 할 때는 뭘 느낄 여유가 없다. 글자는 꼬리를 문 개미고 문장은 층층 시루떡 같다. 예민해지지만 실은 몹시 둔감하기도 하다. 몸의 감각을 열어 놓기 보다는 글자들의 세상 속으로 웅크린다. 그래서일까. 아, 이 끝없는 문장의 향연, 이제 그만 멈추고 내 손을 떠나 달라 중얼대기도 한.. 더보기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동토의 사막을 내달리며 순환하는 설국열차. 기차가 스스로 달리는 한, 기차 안의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기차 밖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라 기차 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떨면서, 역설적이게도 기차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결국엔 죽음뿐이라는 절망감에 몸서리친다. 여기, 꼬리칸 출신의 한 사내가 있다. 사내는 어떤 계기를 통해 꼬리칸에서 벗어나 한 칸 한 칸 전진해나간다. 그러나 기차의 앞 칸으로 나아갈수록 지배층에 대한 분노와 혁명에 대한 열망은 누그러들고 오히려 기차의 생리를 이해하게 된다. 그는 결국 기차의 또 다른 지배층이 된다. 이전까지 열차를 지배하던 정치권력은 영구동력 기차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자 아예 .. 더보기
다른 언어로 말하기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뭐가 있나 하고 둘러보다 보니, 책보다는 잡지가 많다. 사실은 철지난 잡지들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책장 한 구석에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모처럼 지하철 타고 본가에 갈 때 플랫폼에서 산 것, 해외 도서 전문 서점에서 눈물을 머금고 비싼 돈 주고 산 것, 해외에서 공수해온 것을 갈취해서 돌려주지 않은 한정판 잡지까지. 먼지 소복이 쌓인 잡지들을 멍하니 넘겨보다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시간이 흐른 적, 한 번은 있을 거다. 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잡지들 몇 컷을 한 번 준비해봤다. 일본의 패션 잡지. 아니, 패션 잡지이긴 한데, 우리 식의 패션 잡지 개념으로 보는 건 매우 곤란하다. (참고로 이 잡지의 편집장은 일본에서 제일 옷 잘 입는 미중년 신사. 주거문화 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