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종이 사전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 같다.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국어사전, 영어사전 등 어학 사전을 떠올린다.
나의 첫 사전은 어른 손만한 크기의 국어사전이었다.
초등학교 때인가 엄마 손잡고 치과에서 이를 빼고 집에 가는 길에
길가 서점에 들러 사전 한 권 사주고 달래주셨던 기억이 난다.
원래 사 주시려던 거였겠지.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낱말 조사 숙제를 할 때 늘 그 사전을 찾았다.
편집자로 일하면서도 결코 펼쳐보지 않는 종이사전.
종이사전을 대신해 모니터에는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 창이 늘상 띄워 있다.
▲ 내가 무슨 사전을 가지고 있는지 뒤져 봤다. 책꽂이에 무사히 잘 꽂혀 있다.(차례로)
- 국어대사전: 국어대사전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거금 10만 원 이상을 들여 사주신 책.
- 콜린스 영영사전: 옥스포드 영영사전과 다르게 예문이 많은 사전이라며, 영어 학원 선생님이 추천해 주셔서 산 책.
- 영한사전: 고등학교 때 학교에 두고 애용했던 사전.정석보다 폭신해서 베기에도 좋았던 기억이. 대학 때도 썼다. 손때가 제일 많이 묻어 있다.
- 불어사전: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웠다. 불어, 재밌었지.
* 앗, 내가 아끼는 옥편이 안 보인다.다른 한자사전보다 보기 좋게 편집되어 있어서 아끼던 사전이었는데. 찾아내야겠다.
하지만
어학사전이 우리 손에서 점점 멀어갈지언정 '사전'은 새롭고 다양해지고 있다.
나름 개성 있는 사전을, 아주 주관적인 관심에 따라 찾아봤다.
- 《SF 사전》(크로노스케이프 지음, 김훈 옮김)
'게임 시나리오를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110가지 과학기술,우주, 법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온 수면, 해저도시, 돔 시티, 뮤턴트(mutant), 평행세계, 다른 차원, 은하제국 등 SF 만화나 영화에서 이용한 흥미로운 과학적 설정(?)을 키워드로 담고 있다. 태양계, 시간여행, 로봇 등 아주 익숙한 용어들도 어디까지나 SF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그 키워드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에 관한 관점으로 풀어낸다.
- 《새 문화사전》(정민 지음, 2014)
'새'보다는 '문화'에 방점을 찍는 책. '새 도감'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오해다. 새를 통해 '우리 문화'를 들여다본다. 새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니. 우리가 본래 어떤 정서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새를 '과학'으로 다루지 않아서 다행인 책.
- 《프로이트의 말실수》(조엘 레비 지음, 강경이 옮김, 2014)
심리학이 손을 뻗치고 있는 영역은 정말 다양하다. 경제, 경영, 교육, 영화, 소설, 정신건강, 범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등장한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 잘 알려져 있고 여러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용어 50개를 뽑았다. 단순히 내용 설명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일화와 배경, 오늘날의 평가 등을 담고 있어 주변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다.
- '한자만 좀 알면 과학도 참 쉬워' 시리즈 (2007)
어린이 책이다. 과학을 어려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용어 때문인데, 과학 용어에는 영어만큼 한자어도 많다. 용어 자체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자의 뜻을 알면 그 의미를 절로 이해가 돼 좋다. 지구(地球), 땅 지, 공, 구 -> "땅은 둥글다!"
- 《개념어 사전》(남경태 지음, 2012)
딱 사전의 형식을 새롭게 풀어낸 책. 딱 사전. 그러니까 국어사전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그 사전.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보는 사전! 다만 그냥 사전 아니고, 개념어 사전. 판형도 손에 집히는 맛도 좋다. 사전도 읽는 재미가 있네.
- 《사유의 열쇠-철학》(박이문 지음, 2004)
철학, 사전. 공부 잘하는 선배가 추천해 줘서 산 책. 도움이 많이 됐다. 관련되는 용어를 묶어 키워드를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 '철학과 언어', '이론과 실천', '앎의 분류' 등 이런 것들이 차례 키워드다. 연관성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다시 봐도 재밌네.
-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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