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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Hustory

편집자 생태 보고서 06: 저자와 함께한 저녁식사





낮 동안 업무가 바빠 퇴근 시간 즈음에 글을 쓰려니 배가 고프네요.

마침 시간도 인간이 가장 배고파진다는 저녁 5시 30분...

 





 

그래서 오늘은 편집자의 식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중에서도 저자와 함께하는 식사예요.

 

책이 좋아서, 저자가 좋아서 출판사에 입사한 경우가 많아서

많은 편집자들이 저자와 함께하는 식사를 기대합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저자가 없다면 책도, 출판사도, 편집자도 없겠죠.

그래서 당연히 편집자에게 저자는 큰 존재이고 식사 자리 역시 마냥 편하지만은 않지만

존경하는 저자와 만나서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일은 정말 즐겁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꿈에서나 그리는 일을

편집자이기 때문에 공짜로 누리고 있는 셈이에요.


 



 

다양한 저자를 만나기에 식사 자리의 모습도 다채롭습니다.

한문학자 A 선생님은 호방하고 시원시원한 글만큼 유쾌하고 먼진 입담을 가지고 계세요.

보통 술과 함께 어우러지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단순히 흥미 본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A 선생님의 연구 주제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깔나게 풀어지기 때문에

식사 자리에서 새로운 기획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산에 계셔서, 바닷바람을 쐬며 저녁 식사로 회를 먹곤 하는데

그날만큼은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읊던 옛 선비들이 부럽지 않더라고요.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부산을 다녀오느라 휴재을 했었지요... 쿨럭.


 




회 이야기를 하니 B 선생님과 함께 해산물을 먹었던 저녁 식사가 떠오릅니다.

음식인문학자 B 선생님과 정말 맛있는 해산물 정식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신선한 해산물보다 제 입맛을 자극했던 건

B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각 음식의 역사, 특징, 재료, 요리법 등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맛난 음식을 입으로만이 아니라 귀로도 즐길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음식에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에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책도 있어요!


 




철학자 C 선생님과의 식사는 항상 따뜻합니다.

자식뻘 나이의 편집자를 언제나 존중해주시고,

자리를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제 식성을 고려해서 음식점을 골라주시고,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술을 미리 준비해오기도 하셨어요!

어느 날 C 선생님께서 고등학생 때 글을 처음 쓰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시고,

또 삶과 일에 대한 조언해주신 이야기들은 정말 귀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무얼 나누며 먹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이야기한 글 마지막에 잠깐 식사를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동조단식단 동참 선언!’을 아시나요?

세월호 유가족의 뜻에 따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벌써 많은 이들이 동조단식에 참여했습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 직원들도 지난주부터 릴레이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어요.

저도 이번 주 수요일, 저자와 식사 미팅을 잡지 않고 단식에 참여하려 합니다.

하루 이틀 단식은 별것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만, 별것 아닌 일이 무언가를 바꿔내길 바랍니다.

 

세월호 특별법 동조단식단 동참 선언!’ 살펴보기


 






- 런닝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