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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김보일|생각의 뭉게구름

왜 어떤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어떤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감각의 제국이다. 세상에는 볼 것도 많고 들을 것도 많고 냄새 맡을 것도 많다. 문제는 우리의 코와 귀와 눈이 세상의 모든 자극들을 다 지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우리는 한정된 것만을 지각한다. 한정된 것만을 지각하는 행위는 어떤 것을 지각하고, 어떤 것을 지각에서 배제하는 행위로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극의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고 한다.

 

 

 

각인각색(各人各色),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다. 생김새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기억도 다르다. 고등학교 동창이라면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다. 졸업을 한 지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난 친구들을 보면, 친구들마다 특별히 기억하는 선생님들이 다르고, 기억나는 수업도 다르다. 심지어는 동일 대상에 대한 기억의 내용도 다르다. 기억의 문이 한 쪽으로는 열려 있고 한 쪽으로는 닫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의 문이 열려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과 욕망과 가치관이다.

 

 

 

그러나 유달리 나와 같은 기억을 공유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고, 교류도 별로 없었지만 나중에 만나 대화를 해보면, 그가 꺼내놓는 동일한 기억을 공감을 하면서 들을 때가 있다. 수많은 감각 중에서 그가 받아들이고자 했던 자극과 내가 받아들이고자 했던 자극들이 일치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우린 나와 감각이 비슷한 친구에게서 더 진한 우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 그가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알아주기 때문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병을 앓아 본 자만이, 그 병에 걸린 사람을 위로할 수 있지 않다던가. 하꼬방에 살아본 사람만이 하꼬방에 살아본 사람의 아픔에 더 크게 공감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