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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김보일|생각의 뭉게구름

지하철 안에서 재밌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지하철 안에서 재밌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에 집중해 몰입하면 실제로 청력이 차단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의 자연과학적 논증인 셈이다.

 

 

 

다음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011527일자 신문에 실린 내용이다. 사람이 책이나 낱말퍼즐게임에 몰입할 때 주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인지신경과학회 닐리 라비(Nilli Lavie) 교수팀이 실험을 통해 그 이유를 밝혔다. 라비 교수팀은 100명의 자원봉사자를 뽑아 실험에 참가하게 했다. 실험참가자들에게는 각각 헤드폰을 끼고 십자말 퍼즐을 풀게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한 쪽에는 가로세로의 배경색을 달리해 퍼즐의 난도를 쉽게 하고, 다른 한 쪽에는 가로세로 색 구분을 없애고 글자 길이를 비슷하게 하는 등 어렵게 했다. 실험참가자들이 퍼즐을 푸는 동안 예상하지 못한 때 헤드폰에 소리를 내보내고 실험 후 참가자들이 소리를 들었는지 묻는 실험이었다실험결과 가로세로를 색으로 구분한 실험참가자들은 10명 중 2명만 소리를 놓쳤다. 반면 좀 더 어려운 낱말퍼즐을 푼 실험참가자들은 10명 중 8명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풀숲에서 무엇인가 바스락거렸다. 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때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실제로 뱀이 움직이는 소리였고, 어떤 사람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을 가졌다면 이 사람은 뱀에 물릴 위험이 적어진다. 이런 사람이 진화론적 용어로 뱀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라비 교수는 청각은 위험을 알리는 경고 시스템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우리 연구는 사람이 무엇엔가 집중할 때 우리를 둘러싼 세계로부터 효과적으로 귀머거리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른 소음들에 귀를 막아버리고 오직 한 가지 소리에 주의를 집중하는 올인(All in) 전략이 적응력을 높인다는 말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무주의 맹청(inattention deafness)’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반적인 일이다.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지하철역을 몇 개나 놓친 적은 없는가. 지하철에서는 빠짐없이 안내방송을 했다고 하지만 안내방송을 놓쳐버린 적은 없는가.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내려야할 역을 놓치고 지하철역의 사무실로 가서 안내 방송을 하지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 차라리 무주의 맹청이 뭔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