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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최덕근|삼엽충을 요리하는 사람들

삼엽충을 요리하면 뭐가 나올까?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지구가 평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는 지구를 둥글다고 가르쳤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땅덩어리는 끝없이 평탄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지식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왜 산은 높고 바다는 깊을까? 바닷물은 왜 짤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도 모두 이유가 있다.

 

나는 삼엽충이라는 화석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로 스스로 “삼엽충을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질학자는 암석과 화석을 요리하는 셰프이기도 하고, 과거를 기록한 암석 속 증거를 찾아내어 지구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밝히는 탐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땅덩어리에 기록된 지구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상상한다. 아주 오래전 지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내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요리사에게는 미식가가 필요하고 셜록 홈즈에게는 왓슨이 필요하듯, 지질학자에게는 늘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 줄 독자가 필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지구, 이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탐험을 떠나 보자. 나의 지구 이야기는 이제 막 이곳을 통해 요리를 시작하려 한다.

 

 

                      출처: 미국 항공 우주국(NASA)                                                                                      www.nasa.gov       

 

 

 

최덕근 삼엽충 화석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다. 오랫동안 지질학을 공부하면서도 젊은 시절엔 한반도가 아름다운지를 몰랐다. 그러다가 2009년 관악산을 처음 등반했는데, 그때 우리 산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한반도는 삼천리금수강산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땅덩어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질문은 그동안 지질학을 해오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화두다. 지질학을 연구한 지 40년을 넘긴 지금, 어느 때보다도 지질학자로서의 삶이 즐겁다. 어린 학생들부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많은 사람들과 땅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