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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김영숙|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에 가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들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1793년 프랑스 혁명(1789714~1794728) 중에 중앙 예술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12세기 말, 존엄왕 필리프가 건립한 요새 격의 성채에서 시작된 이곳은 프랑수아 1, 앙리 4, 곧이어 루이 13, 14세를 거치면서 꾸준히 증축되었고, 1989년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밍 페이가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면서 현재의 외관을 갖추게 되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은 왕실 수집품으로부터 시작된다. 베르사유로 수도를 옮긴 태양왕 루이 14세는 프랑수아 1세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 왕실 소장품들에 자신의 수집품들을 더해 이곳 루브르와 인근 그라몽 호텔로 옮겨 보관하기 시작했다.

 

루이 15세 시절부터 루브르는 왕궁이라기보다는 박물관에 가까운 이미지로 변신했으며 왕실의 수집품들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져 갔다. 1725년부터 1848년까지, 루브르의 살롱 카레salon carré(사각형의 방)에서는 루이 14세의 명령으로 창설된 왕립 회화 조각 아카데미’(이하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전시회, 즉 살롱전을 개최했다.

루이 16세 때에는 현재의 그랑 갤러리가 미술관 용도로 개축되기 시작했다. 당시 책임자는 위베르 로베르(Hubert Robert, 1733~1808)였고, 그는 그랑 갤러리가 변해 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위베르 로베르, <루브르 그랑 갤러리 보수 계획>, 캔버스에 유채, 115×145cm, 1796년,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혁명을 거쳐 나폴레옹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절, 유럽 각 왕실이나 교회, 수도원, 공공건물 등으로부터 약탈해 온 차고 넘칠 정도의 미술품이 루브르로 대거 유입되었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루브르는 또 한 차례 증축 공사를 해야 했다. 나폴레옹이 실각한 이후 본국으로 돌아간 작품만 무려 5만 점이 넘는다는 것은, 미술품 수집에 대한 그의 애정이 거의 탐욕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근현대사를 거치는 동안에도 프랑스의 작품 수집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진행되었고, 급기야 늘어나는 소장품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자 1986년에 개관한 오르세 미술관으로 1848년 이후의 작품들을 옮기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2013년 랭스에 새로 건립한 루브르 박물관으로도 많은 작품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현재 루브르는 무려 30만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다. 그냥 걸어도 동선이 무려 60킬로미터가 넘는 이곳에서는 작품 앞에 서 있을 틈도 없이 걷기만 해도 반나절은 훌쩍 지나갈 정도이다.

 

유리 피라미드 앞에 늘어선 줄을 따라가다 보면 간단한 가방 검사 후 곧장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게 된다. 지하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후, 안내소로 가면 루브르 박물관 관람 안내서를 챙길 수 있다. 한국어판도 있다. 안내서에는 작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각 전시실의 방 번호가 표시되어 있으나, 가끔 전시 공간이 바뀌기 때문에 안내서의 정보와 다를 경우가 있다.

 

미술관은 크게 드농(Denon), 리슐리외(Richelieu), 쉴리(sully)관 세 축으로 나뉘어 있고, 이 책에서 다루는 회화 작품들은 이 세 개의 건물에 흩어져 전시되고 있다.

 

센 강을 기준으로 강변 쪽이 드농관이다. 회화 작품 약 600점이 1층에 전시되어 있다.(참고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우리 기준에 2층에 해당하는 곳을 1층이라고 표기한다.) 드농관에는 13~18세기까지의 이탈리아 회화와 스페인, 영국의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19세기를 풍미한 프랑스의 유명 화가 들라크루아, 다비드, 제리코 등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드농관 맞은편의 긴 축은 리슐리외관이다. 2층에 북유럽 지역, 즉 알프스 산맥 기준으로 북쪽에 해당하는 지역의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안내서에는 독일 회화, 네덜란드 회화, 플랑드르 회화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플랑드르 미술은 한때 스페인의 지배하에 놓였던 지금의 네덜란드를 포함하여 벨기에와 프랑스 동부 지역까지의 미술을 일컬었으나, 17세기에 네덜란드가 독립하면서부터는 벨기에와 그 인근 지역의 미술로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리슐리외관의 회화 작품 전시장 입구는 양측으로 나뉘어져 있다. 왼쪽으로 입장하게 되면 자연스레 초기의 플랑드르 미술부터 네덜란드 미술로 이어지지만, 오른쪽으로 빠지면 플랑드르 미술에서 곧장 프랑스 13~14세기 회화 감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쉴리관으로 통하게 된다.

 

드농관과 리슐리외관을 이어 주는 사각형 건물이 바로 쉴리관이다. 이 전시관 역시 2층에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로 프랑스 16~19세기까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루브르에는 프랑스 회화 작품을 세 개의 관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리슐리외관 입구에서 오른쪽은 13~14세기의 회화를, 쉴리관에서는 16~19세기까지의 회화를, 드농관에서는 19세기 회화를 감상하게 되는데, 이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자국 미술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의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