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모두의 마블’ 시대는 갔다! 새로운 대세는 ‘공동체게임’

 

 

 

부루마블의 향수를 스마트폰에서 재현하다, ‘모두의 마블’


안드로메다로 워프했던 정신이 슬슬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일요일 저녁 8시, 아쉬움을 달래고자 요즘 한창 빠져있는 모바일 게임 ‘모두의 마블’이나 한 판 해 볼까 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게임은 불타는 승부욕으로 번졌고, 분노의 손가락질로 플레이 버튼을 연달아 누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국민 보드 게임 ‘부루마블’의 모바일 버전인 ‘모두의 마블’. 규칙은 비슷합니다. 주사위 두 개를 던져서 나온 숫자만큼 게임판 위에서 말을 움직이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파리, 로마, 제네바 등의 도시들을 구입합니다. 주사위를 던져서 다른 참여자가 구입한 도시에 도착하게 되면 벌금을 내야 하고, 게임을 계속하다가 자산이 남지 않게 되면 파산합니다. 한 명(또는 한 팀)만 남고 모두 파산하거나, 30회의 턴을 모두 돌았을 때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팀)이 우승합니다.
  ‘부루마블’의 향수를 느낄 수 있고, 단순한 규칙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최대 4명까지 함께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게임 중 하나이지요.

 

 

 

게임도 하고 수업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 ‘공동체게임’


‘모두의 마블’이 현재 가장 핫한 게임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대세는 ‘공동체게임’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공동체게임’은 한 시간 동안 재밌는 놀이를 통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즐기며 한 차시 수업을 알차게 보내기에 딱이지요. 

   

 한 반의 학생들이 7개의 모둠으로 나뉘어 각각 10골드씩 나눠 가진 뒤 순서대로 나와 칠판에 붙어 있는 카드를 뒤집습니다. 공개된 카드 앞면에는 전쟁, 도둑, 불공정, 불평등 등 무시무시한 자연재해와 사회 문제들이 적혀 있지요. 카드의 속성에 따라 1~8골드까지의 처리 비용이 붙습니다. 게임은 ‘세금이 없는 사회’와 ‘세금이 있는 사회’ 두 가지로 버전으로 나뉘어 연달아서 진행되는데, ‘세금이 없는 사회’에서는 개별 모둠의 자산으로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을 다 잃고 파산하는 모둠이 생깁니다. 그렇지만 ‘세금이 있는 사회’에서는 미리 모아둔 세금으로 문제들을 해결하다 보니 파산하는 모둠 없이 사회가 원활하게 유지되지요.

 

 

 

모두의 마블 VS 공동체게임

  

‘공동체게임’과 ‘모두의 마블’은 모두 보드 게임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에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어떤 카드가 나오느냐에 따라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눈치게임/주사위 던지기 결과에 따라 다른 모둠/팀에게 골드를 빼앗아 오거나 뺏기게 되고, 파산이라는 장치가 있는 점도 그렇지요. 제가 분노에 차 플레이 버튼을 연달아 눌렀던 것처럼 패자는 경쟁이라는 메커니즘을 경험하며 패배감, 분노, 소외감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공동체게임’에는 ‘세금’이라는 결정적으로 중대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세금’이라는 보호 장치를 통해 경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참여자(사회구성원)들을 지키는 것이지요. 그래서 게임이 끝나고 나면 참여자들은 세금의 기능과 더불어 ‘왜 함께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복지, 연대, 정의를 개념적으로 배우는 대신 체험을 통해 자연스레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입니다. 


  최근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드러난 조세피난처 문제로 말이 많습니다. 사회 특권층이 어떤 식으로 세금을 피해왔는지가 드러나면서 성실한 납세자들은 허탈감을 느꼈고 세금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오고 가고 있는 지금, 딱 필요한 기획이지 않나요? 전국사회교사모임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개발해 낸 ‘공동체게임’은 이번에 휴머니스트에서 펴낸 《들으며 깨닫는 사회 이야기》, 《참여하며 깨닫는 공동체게임》 책과 게임 도구를 묶어 구성한 세트를 통해 즐길 수 있어요. 그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교사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직접 해 보면서 재미와 내용을 더욱 알차게 만드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미있었어요.”라는 아이들의 소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랍니다. ‘공동체게임’이 얼마나 재밌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