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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게임

어쩌다 보니 수능 특집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수다는 항상 “아~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남자친구 이야기, 화장품, 직장 이야기까지 자신이 준비했던 카드를 다 준비하고 나면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자리를 파하자는 의미다. 어쨌든 그 말의 이차적 의미를 파악했으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긴 하지만 동시에 ‘대체 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든다. 친구들은 여고시절의 천진함과 낭만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어들지만 나는 오히려 정작 그 친구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청춘의 그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야, 넌 기억 안나? 너 성적 안 오른다고 독서실 한 구석에서 펜으로 팔뚝 찌르며 자해했잖아. 그리고 넌, 성격 사납다고 내내 왕따 당했잖아. 그래도 그때가 좋아?”라고 말이.. 더보기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동토의 사막을 내달리며 순환하는 설국열차. 기차가 스스로 달리는 한, 기차 안의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기차 밖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라 기차 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떨면서, 역설적이게도 기차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결국엔 죽음뿐이라는 절망감에 몸서리친다. 여기, 꼬리칸 출신의 한 사내가 있다. 사내는 어떤 계기를 통해 꼬리칸에서 벗어나 한 칸 한 칸 전진해나간다. 그러나 기차의 앞 칸으로 나아갈수록 지배층에 대한 분노와 혁명에 대한 열망은 누그러들고 오히려 기차의 생리를 이해하게 된다. 그는 결국 기차의 또 다른 지배층이 된다. 이전까지 열차를 지배하던 정치권력은 영구동력 기차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자 아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