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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교과서의 추억 처음 받는 교과서는 참 멋졌습니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올칼라 책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 글자를 배우며 처음으로 더듬더듬 읽어가던 책은 파란색으로 인쇄된 만화책이었습니다. 지금처럼 화사한 그림책은 구경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그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12년 동안 교과서는 줄곧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교과서가 잔뜩 들어간 가방을 메고 나르느라 척추가 휘청거릴 정도였지만 놀랍고 다양한 기능들로 우리를 즐겁게 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책 펼치기, 초등학교 저학년 때 주로 하던 놀이입니다. 무작위로 책을 펼쳐 사람 수가 많이 나오면 이기는 경기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타짜들이 있었습니다. 책을 감으로 익혀 어느 페이지에 가장 많은 수의 사람이 나오는지 촉감으로 찾아내는.. 더보기
첫 번째 이야기: 희생양들 첫번째 이야기: 희생양들 아마, 휴로그 기획 팀의 최초 아이디어는 이런 식의 한 마디에서 출발했을 거예요. "요리사가 주방을 공개하는 마음으로 책 만드는 일상을 공개한다면 어떨까요?" 그러고 나선 그 팀의 누군가가 그 말을 받아 그랬겠죠. "아, 그렇게 하면 독자들도 우리 책을 더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독자들과 휴머니스트의 친밀감도 커질 것 같고….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누군가 장구 치자, 한쪽에선 소리하고, 한쪽에선 아니리 날리고 했을 겁니다. 잠깐 기쁜 시간 지나고 금세 애매한 시간이 찾아왔을 테지요. 누군가는 그 꼭지를 써야 할 텐데 자기는 아니어야 하거든요. 괜한 기 싸움과 눈치 전쟁이 오고가는 15초가 지나고, 휴로그 팀은 이심전심 빠른 합의에 이르게 되었을 겁니다. "우리끼리 쓸 생.. 더보기